1-8반 시쓰기를 하는데 아이들이 키득거리며 웅식이의 시를 돌려 읽고 있었다. 제목이 똥이었고, 웅식이는 시를 똥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표현하고 그 이후를 못 쓰고 있는데 아이들이 웅식이 시가 재미있다고 돌려 읽고 있었다. 다행히 국어 수업이 연이어 있어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뛰어와 얼른 인터넷으로 원성 스님의 ’똥’이란 시를 찾아 읽을 자료를 만들어서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웅식이에게 ’그런 행위에 너만의 느낌이나 의미를 붙여보라’고 했다. 그게 어렵겠지만 글쓰는 재미가 바로 어려움 끝에 오는 완성에 대한 기쁨이라고 했더니 끙끙대다 한 편의 시를 완성했다.

다음은 웅식이의 시.


똥
1-8 윤웅식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바깥 세상을 본다.
주먹에 힘을 불끈 쥐고
온 몸에 힘을 준다.
풍덩 풍덩
첨벙 첨벙
힘들게 어둠을 뚫고 나왔기에
사람들은 살 수 있다.
이렇게 힘들게 나왔지만
정작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는
똥

시가 이렇게 완성이 되자 시 쓰기 수업이 장난으로 흐를 뻔 했던 것이 오히려 진지해지고 수준 높은 시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 진행, 때론 땀이 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