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메뉴 본문내용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주요안내

장곡중학교

메뉴보기

언론에 보도된 장곡중

글읽기

제목
[일반] 민우에게 - 이경숙 선생님( 시흥신문 기고)
이름
황**
작성일
2011-10-10

민우에게
나는교사다 (이 경 숙 장곡중) 시흥신문@shnews



며칠 전 학교에 다녀왔다. 학교 담벼락 가득 푸른 담쟁이 잎들이 교실 안을 기웃거리고 있더구나. 너희들의 안부가 궁금했을까, 수천, 수만의 잎들이 쨍쨍한 햇빛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채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래, 글쓰기 시간에 담쟁이가 뭐냐고 묻던 너의 눈빛, 와그르 웃음이 터지던 교실 유리창 너머 담쟁이 새순이 삐쭉 고개를 내밀고 있었지. 어쩌면 중학교 3학년 1학기를 관통해 온 너의 방만했던 시간들도 온통 자연재해로 뒤덮이는 것 같은 이 여름의 연장선에 놓여 있지 않았나 문득 생각해 본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은 너에게 어떤 의미일까. 수업 시간에 ‘꿈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꿈을 꾸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했더니 너는 날마다 꿈꾼다고 너스레를 떨었지 아마. 조금씩 옆으로 삐져 나가는 너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교과서를 채 준비하지 못한 짝꿍을 위해 네 교과서를 빌려주던, 그냥 책상서랍에 쳐 박아 두었던 활동지도 인심 쓰던 너에게 봉사상을 주어야겠다고 했더니, 에이, 봉사상은 무슨....그냥 다 양보할게요. 하던 너를 보며 그냥 황당한 녀석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너의 눈빛이 자꾸 걸렸었다. 뭔가 네 삶을 힘들게 하는 게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



즐겁고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꿈꾸는 학교는 열심히 달려가는데,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배움을 실천하고자 애쓰는데 너의 수업시간 속의 일탈은 나를 자주 허공을 딛게 하였다. 얼러도 보고, 등짝을 힘껏 갈겨 보기도 하고, 무관심한 척 하기도 하고....나름 너와 소통하고 싶어서 안달하면서도 끝내 속내를 보여주지 않던 너에 대하여 섭섭하기만 했었다.



언젠가 답답한 마음에 어머님이랑 통화하고 싶다고 했더니 펄쩍 뛰었지. 왜 그러냐고 했더니 우리 엄마 속상해 하신다고, 엄마한테만큼은 착한 아들이고 싶다고 했던가. 너의 여린 속살을 들여다본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날 공교롭게도 외부 수업 공개에 연속 두 번이나 너희 반 수업 시간이 걸렸었지. 일상의 수업은 그대로 하되 뒷문만 열어놓는 거라 뒷문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던 너 때문에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수업을 보러 오신 손님들인데 너 같은 아이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애써 치부하면서도 마음은 편치 않았었다.



그런데 늘 구멍 뚫린 것처럼 비어 있던 네 자리 쪽이 꽉 채워져 있었다. 민우, 네가 엎어져 있지 않고 책을 펴놓고 있더구나. 어이구, 대답도 하네....모둠 활동도 하고....나, 참....낮도깨비 같은 놈.....수업이 끝나고 칭찬보다 먼저 되레 너,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눈치는 있다고,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애어른처럼 너스레를 떨었지.



그러고 보니 꼬박꼬박 교복 챙겨 입고 수업시간마다 네 자리를 꼭 지켰던 너의 또다른 모습이 보이더구나. 수업태도는 수시로 무단외출에 학교 오는 것도 가끔 빼먹는 아이들과 같은데 수업만큼은 늘 네자리를 지켰던 그 힘은 무었이었을까.



담임선생님을 통해 얼핏 들었던 너의 지독한 성장통을 온몸으로 껴안은 채 아침마다 교문을 들어서게 하던 그 힘....늘 엉뚱한 장난이나 무관심으로 저만큼 비켜 서 있던 수업시간이 네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던 것을 난 그제야 알았다.



1학기 마지막 수업 시간,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도 읽고 저 책도 읽고, 확실한 꿈도 설계하고 목표도 정하고 온갖 잔소리를 하고 방학 잘 보내라고 인사를 건네던 나에게 넌 또 한 방을 날렸지. 샘, 방학하면 다이어트 좀 하세요!



그래, 민우야. 여린 네 마음을 둘 데가 없었던 시간들, 스스로 마음을 비워야 함을 알면서도 너무 어려웠던 그 시간들이 너를 성장하게 하는 또다른 힘이 될 것을 믿는다.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미래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다. 교실 에어컨 앞에 서서 수업 받겠다고 사정(?)하던, 내신 성적이 불안한데도 불구하고 경기자동차고 진학해서 자동차계의 일인자가 될 거라고 큰소리치던, 너의 오지랖 넓은 넉살과 호언장담을, 너의 빛나는 꿈을 잊지 않으마.



도종환 시인이 담쟁이를 보고 그랬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 결국 그 벽을 넘는다.’고.



우리들의 담쟁이처럼, 학교에서 방학 내내 우리들을 기다리며 이 여름을 견디고 있는 담쟁이처럼 민우, 너의 여름도 위태위태한 열 여섯, 중 3의 성장통을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입력 : 2011년 08월 17일 16:09:16
시흥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나도한마디

나도한마디

다음글
[시]꽃의 의미 - 박 다인(장곡중 1학년 3반) - 시흥신문 기고
/ 황규범
꽃의 의미 문학...마음의 소리 시흥신문@shnews 박 다 인(장곡중 1학년 3반) 다섯 손가락 쭉 편 아기나리야, 방울방울 은방울 은방울꽃아, 작고 예쁜 매화야, 너희는 모두 하얗구나. 크고 무서운 세상에 작고 하얀 너희들이 불을 밝히러 왔구나. 아기나리야, 아기나리야, 그 하..
이전글
'혁신'을 아십니까? - 안선영 선생님(시흥신문)
/ 황규범
‘혁신’을 아십니까? 나는교사다 - 안선영 장곡중 (시흥교육지원청 혁신교육지구운영팀) 시흥신문 j5900@chol.com 교사로 살아가고 계신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7~8세부터 63세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학교만 다니며 보낸다. 그래서일까?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학교 밖 사정과 달리 학교는 참 한결같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