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언더 더 시'가 '눈 깔아'라는 뜻 맞아요?" 애니메이션 < 인어공주 > 의 주제가 'Under the sea'가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앳되어 보이는 한 여학생이 이렇게 질문한다. 교실에 '까르르' 소리가 울려퍼진다. 경기도 시흥시 장곡중학교 1학년 영어 수업 풍경이다.
이 장면을 스크린으로 지켜보던 교사들 사이에서도 웃음보가 터졌다. 지난 8월16일 경기도 용인 흥덕고에 전국의 교사 400여 명이 모였다. '배움의공동체연구회'가 주최한 제1회 세미나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세미나는 각각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10명이 자기 수업을 녹화한 비디오를 청중 앞에 공개하고, 이를 본 교사들이 '수업사례 검토회(case conference)'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사토 교수가 창안한 배움의공동체 방식 그대로이다(수업 비디오가 아닌 현장 수업을 공개하기도 한다).
이날 자신이 담당하는 초등학교 4학년 학급 수업을 동료 교사들 앞에 비디오로 펼쳐 보인 권순애 교사(경남 김해시 삼성초등학교)는 "장기를 기증하는 심정으로 수업을 공개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비상한 각오와 희생정신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교사들이 배움의공동체를 받아들이는 데 최대 걸림돌로 여기는 것이 수업 공개라고 이광호 함께여는교육연구소장은 말한다. 배움의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 안의 모든 교사가 자기 수업을 공개하고 교사 간에 동료성을 확보하는 일이 우선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웬만한 교사는 이 대목에서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는 것이다.
ⓒ임중진 세미나에서 처음 만난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방금 본 공개 수업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공부 못할수록 어려운 과제 던져라"
이날 수업 참관을 하기에 앞서 손우정 배움의공동체연구회 대표는, 교사가 아니라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을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과거의 공개 수업은 교사의 '티칭 스킬'을 품평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교사들이 수업 공개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주된 이유도 이것이다. 그러나 "학교나 교사의 책임은 좋은 수업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라고 손 대표는 잘라 말했다. 그보다 학교나 교사의 책임은 한 아이도 배움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모든 아이에게 질 높은 배움에 도전하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교사는 가르치는 기술에 집중하기보다 어디에서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나고, 어디에서 끊어지는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배움이 끊어졌을 때는 교사가 개입해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들기보다 아이들끼리 협력하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고 이날 수업 분석에 나선 사토 마나부 교수(도쿄 대학·교육학)는 말했다. "네가 어떻게 그 문제를 풀었는지 내게 가르쳐줄래?" 식으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 배우는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배움의공동체에서는 교사 또한 '가르치는 전문가'가 아닌 '배우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질 높은 과제, 도전적인 과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사토 교수는 말했다. "교사들이 수업할 때 저지르기 쉬운 최대 오류가 공부를 못하는 아이 수준에 맞춰 쉬운 문제를 천천히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공부를 못하는 아이일수록 기초적인 설명을 반복해 듣는 걸 싫어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도 질 높은 과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극을 받고 성장한다." 언뜻 듣기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얘기다. 그러나 일본에는 이를 수치로 웅변한 학교도 많다. 하마노고 소학교와 더불어 배움의공동체 모델을 가장 성공적으로 도입한 학교로 손꼽히는 후지 시 가쿠요 중학교의 경우 시내 18개 중학교 중 최저였던 학력 수준을 불과 2년 만에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장곡중학교 수업 평가 시 철칙은 교사가 아닌 학생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위는 장곡중 수업 모습.
한국에서도 배움의공동체에 눈을 돌리는 학교가 늘고 있다. 이우학교, 성미산학교, 간디학교 등 대안학교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최근에는 일반 공립학교로 확산되는 중이다. 올 초 경기도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학교 차원에서 배움의공동체 모델을 도입한 장곡중학교의 박현숙 교사는 "20년간 혼자 가르칠 때보다 지난 넉 달간 수업을 공개하면서 성장한 부분이 더 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업 중 어떤 재미난 시도를 해도 시큰둥하던 아이들이 최근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보인다. 네 명씩 조를 이뤄 모둠학습을 할 때면 저희들끼리 "아, 이제 알았다" "그